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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uman Life/Poetry19

김후란의 '사랑' 사랑 김후란 집을 짓기로 하면 너와 나 둘이 살 작은 집 한 채 짓기로 하면 별의 바다 바라볼 창 꽃나무 심어 가꿀 뜰 있으면 좋고 없어도 좋고 네 눈 속에 빛나는 사랑만 있다면 둘이 손잡고 들어앉을 가슴만 있다면. 나 역시 이러한 사랑을 꿈꾼다. 우리 깜장콩도 그렇겠지? :-) 2008. 2. 11.
기형도의 '기억할 만한 지나침' 기억할 만한 지나침 written by 기형도 그리고 나는 우연히 그 곳을 지나게 되었다. 눈은 퍼부었고 거리는 캄캄했다. 움직이지 못하는 건물들은 눈을 뒤집어쓰고 희고 거대한 서류뭉치로 변해갔다. 무슨 관공서였는데 희미한 불빛이 새어나왔다. 유리창 너머 한 사내가 보였다. 그 춥고 큰 방에서 서기(書記)는 혼자 울고 있었다! 눈은 퍼부었고 내 뒤에는 아무도 없었다. 침묵을 달아나지 못하게 하느라 나는 거의 고통스러웠다. 어떻게 해야 할까, 나는 중지시킬 수 없었다. 나는 그가 울음을 그칠 때까지 창밖에서 떠나지 못했다. 그리고 나는 우연히 지금 그를 떠올리게 되었다. 밤은 깊고 텅 빈 사무실 창밖으로 눈이 퍼붓는다. 나는 그 사내를 어리석은 자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 2007. 12. 21.
이갑수의 '신은 망했다' ** 이 시는 짧지만 우리에게 많은 생각을 하게하는 시이다. 먼저 시골이라는 이미지를 떠올려보면 타락하지 않은 순수함이나 자연따위를 생각해 볼 수 있다. 그러나 인간들은 자신을 지구상의 모든 것들에게 해를 입히며 도시를 건설하고 발전해왔다.(과연 이것이 발전일까? 인간을 제외한 것들에게는 지구는 퇴보의 역사를 걷고있다는 표현이 맞을런지도...) 게다가 남에게 해를 입히는 것도 모자라서 같은 인간끼리 피터지게 싸우며 자연환경을 마구마구 훼손시키고 있다. 특히 자연환경을 인간에게 주어진 재산으로 인식하는 크리스트교적 인간관이 서구화라는 바람을 타고 전세계로 퍼지면서 이런 환경파괴현상은 더욱더 심각해지고 있다. 이러한 인간의 오만은 언젠가 바벨탑의 이야기처럼 또 한번 신의 분노를 살지도 모른다. (물론 난 신.. 2007. 11. 13.
도종환의 '접시꽃 당신' 접시꽃 당신 written by 도종환 옥수수잎에 빗방울이 나립니다 오늘도 또 하루를 살았습니다 낙엽이 지고 찬바람이 부는 때까지 우리에게 남아 있는 날들은 참으로 짧습니다 아침이면 머리맡에 흔적없이 빠진 머리칼이 쌓이듯 생명은 당신의 몸을 우수수 빠져나갑니다 씨앗들도 열매로 크기엔 아직 많은 날을 기다려야 하고 당신과 내가 갈아엎어야 할 저 많은 묵정밭은 그대로 남았는데 논두렁을 덮는 망촛대와 잡풀가에 넋을 놓고 한참을 앉았다 일어섭니다 마음 놓고 큰 약 한번 써보기를 주저하며 남루한 살림의 한구석을 같이 꾸려오는 동안 당신은 벌레 한 마리 함부로 죽일 줄 모르고 악한 얼굴 한 번 짓지 않으며 살려 했습니다 그러나 당신과 내가 함께 받아들여야 할 남은 하루하루 하늘은 끝없이 밀려오는 가득한 먹장구름입니.. 2007. 10.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