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Human Life/Poetry19

오규원의 '4월과 아침' 4월과 아침 오규원 나무에서 생년월일이 같은 잎들이 와르르 태어나 잠시 서로 어리둥절하네 밤새 젖은 풀 사이에 서 있다가 몸이 축축해진 바람이 풀밭에서 나와 나무 위로 올라가 있네 어제 밤하늘에 가서 별이 되어 반짝이다가 슬그머니 제자리로 돌아온 돌들이 늦은 아침 잠에 단단하게 들어 있네 ** 이젠 완연한 봄이다. 황사가 나를 짜증나게 하지만 봄은 봄이다. 봄은 하루가 다르게 자라가는 어린 아이들을 보는 것 같다. 하루 아니 잠깐이라도 주목하고 신경쓰지 않으면 모든 것이 바뀌어 있다. 생년월일이 같은 잎들이 와르르 태어나서 무럭무럭 자란다. 촉촉하게 내린 봄비에 잠시 축축해졌다가, 따스한 바람이 불어와 땅에서부터 나무에까지 온기를 전한다. 돌은 어떠한가 추운 겨울동안 단단하게 얼어있다가, 봄기운에 새파란.. 2007. 4. 6.
블라디미르 마야코프스키의 '결론' 사랑은 씻겨지는 것이 아니니 말다툼도 검토도 끝낫다 조정도 끝낫다 점검도 끝났다 이제야말로 엄숙하게 서툰 시구를 만들고 맹세하오 나는 사랑하오! 진심으로 사랑하오! ** 마야코프스키는 러시아 혁명의 스타시인, 천재시인이었다고 한다. 그는 유부녀와의 이루지 못한 사랑과 경직되어가는 공산주의 체제를 견디지 못하고 자살하였다. 이런 생각이 이상할런지는 모르겠으나 왠지 천재의 죽음으로 가장 어울리는 죽음은 바로 '자살'이 아닐까? 굉장히 이기적인 생각일런지는 모르나, 천재가 끝까지 행복하게 살다 죽으면 그건 너무 하지 않소! 조물주님!! -_- ** 시를 보는 순간, 마음이 요동침을 느끼는가? -_- 사람들은 사랑은 씻겨지는 것이라고 생각을 했기 때문에, 그것은 아니라고 사랑은 씻겨지는 것이 아니라고 작가는 시.. 2007. 1. 9.
기형도의 '엄마생각' & '질투는 나의 힘' 엄마 걱정 열무 삼십 단을 이고 시장에 간 우리 엄마 안 오시네, 해는 시든 지 오래 나는 찬밥처럼 방에 담겨 아무리 천천히 숙제를 해도 엄마 안 오시네, 배추잎 같은 발소리 타박타박 안 들리네, 어둡고 무서워 금간 창 틈으로 고요히 빗소리 빈방에 혼자 엎드려 훌쩍거리던 아주 먼 옛날 지금도 내 눈시울을 뜨겁게 하는 그 시절, 내 유년의 윗목 질투는 나의 힘 아주 오랜 세월이 흐른 뒤에 힘없는 책갈피는 이 종이를 떨어뜨리리 그 때 내 마음은 너무나 많은 공장을 세웠으니 어리석게도 그토록 기록할 것이 많았구나 구름 밑을 천천히 쏘다니는 개처럼 지칠 줄 모르고 공중에서 머뭇거렸구나 나 가진 것 탄식밖에 없어 저녁 거리마다 물끄러미 청춘을 세워두고 살아온 날들을 신기하게 세어보았으니 그 누구도 나를 두려워 하.. 2006. 12. 13.
이선영의 '인생' 人生 내 인생이 남들과 같지 않다고 생각됐던 때의, 외딴 길로 밀려나 있다는 낭패감. 그러나 내 인생도 남들과 다르지 않다는 안도감을 느끼게 되었을 때 이윽고 그 남다르지 않은 인생들이 남다르지 않게 어우러져 가는 큰 길에 줄지어 서서 이 늘비함을 따라가야 할 뿐 슬며시 도망나갈 외딴 길이 없다는 낭패감. ** 남들과는 다르게 살고싶다 생각이 들 때도 있다. 남들과 달라서 불안한 적도 있다. 문득 Dynamic Duo의 노래 한 곡중 가사가 생각난다. 절묘한 라임과 플로우가 어우러진 부분... 인생은 마치 쉬운게임 가위바위보, 쉽지만 때론 어려워 아직까지도 2006. 7. 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