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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수명의 '환멸' 환멸 개나리꽃이 진다. 개나리꽃을 잉태한 봄은 총력을 기울여 개나리꽃을 떨어뜨린다. 꽃이 지는 것은 꽃의 환멸 때문이다. 가장 완벽한 동의가 환멸이기 때문이다. 가장 완벽한 동의의 옷을 입고 푸른 잎들이 그 자리에 태어난다. ** 이 시를 처음 봤었을 때, 모 CF의 멘트가 생각났다. '통 뭔 소린지(-_-)' 약 30분가량 곰곰히 생각하고 다시 읽어도 도저히 무슨 말인지 알 수가 없었다. 그래서 해설을 보았지만, 내가 느끼고 이해한 것이 하나도 없는 상태에서 해설을 읽어봐야 나에게 도움될 것은 하나도 없었다. 그래서 한동안 포기해버리고 생각의 뒷켠으로 밀어두었는데, 얼마전 세이클럽에서 대화를 하다가 생각이 나서 사람들에게 시를 보여주었다. 그리고 3~4명이서 토론을 하면서 환멸이라는 시를 이해하려고 노.. 2006. 4. 2.
Skill of Overhearing 난 엿듣기를 잘한다. 정말로! 아무리 생각해도 나의 특기는 사소한 것 기억하기와 엿듣기가 아닐까... 고등학교 때 항상 Search Engine을 켜고 아리따운 여고생들을 검색했다면 요즘에는 항시 귀를 열어두고 다닌다. 그렇다고 내가 특정 인물에 대해 엿듣는다거나 뭐 그런 변태는 아니다 -_- 어차피 내가 그들의 대화를 엿들어도 그들은 손해볼 껀덕지가 전혀 없다. 내가 그들을 아는 것도 아니고 그들에게 무언가 영향을 끼칠 수 있는 인물도 아니며 그들의 대화를 100% 정확하게 전부 엿듣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그냥 어딘가를 걸어 갈 때, 아니면 지하철 안에서 아무 생각도 없이 그냥 있다보면 나도 모르게 귀가 쫑긋쫑긋 주위의 음파들을 모으고 또 모은다. 잘 들어보면 재밌다. 특히 여자들의 수다는 말이다... 2006. 3. 26.
앙코르(Walk the line) 외국영화를 볼 때 마다 생기는 불만이 있다. 그것은 원제를 무시한 제멋대로식 이름짓기이다. 특히 제멋대로에다가 제목만으로 사람들을 낚아보려는 제목을 볼 때 마다 눈살을 찌푸린다. 단적인 예로 우리나라에 '아이돌 섹스'라는 제목으로 개봉된 영화는 원제가 'Stratosphere Girl (성층권 소녀)'이다. 아무리 성층권 소녀라는 제목이 좀 뻘-_-쭘한 말이라고는 하지만 도대체 '아이돌 섹스'는 어디서 나온 제목인지? 어처구니 없다. 이 제목하나에 무수히 낚인 대한민국 남자들을 떠올리니 씁쓸한 웃음만 나온다. 물론 '아이돌 섹스'뿐만이 아닐 것이다. 지난 11일날 본 '앙코르'의 원제는 'Walk the Line'이다. 대충 해석하면 '바른 길을 가다'정도가 되겠다. (참고로 주인공 '쟈니 캐쉬'의 히트.. 2006. 3. 14.
광식이 동생 광태 사랑만큼이나 많은 정의가 내려진 것도 없을 것이다. 희생, 믿음, 오랫동안 만나다가 자연스레 쌓이는 정, 운명 등등 이런 개념이 섞여서 말이다. 고로 당연히 사랑을 주제로 하는 영화일지라도 - 비단 영화뿐만이 아니겠지만 - 감독(혹은 작가)가 사랑을 어떤 관점에서 보느냐에 따라 영화의 성격도 달라지게 된다. 사랑이라는 같은 주제로 만든 영화라도 '연애의 목적'과 그 외의 무수한 사랑 영화를 생각해보라. 그렇다면 수많은 사랑 영화중의 하나인 광식이 동생 광태는 어떤 사랑을 표현하고 있는 것일까... 될 사랑이라면 온갖 운명의 장난과 변수(contingency)를 다 극복해내고 결국 이루어지고, 반대로 안될 사랑은 뭘 해도, 아무리 오래 기다려도 이루어지지 않는다. 이것은 서른 살이 넘도록 '사랑한다'라는 .. 2006. 3. 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