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만큼이나 많은 정의가 내려진 것도 없을 것이다. 희생, 믿음, 오랫동안 만나다가 자연스레 쌓이는 정, 운명 등등 이런 개념이 섞여서 말이다.
고로 당연히 사랑을 주제로 하는 영화일지라도 - 비단 영화뿐만이 아니겠지만 - 감독(혹은 작가)가 사랑을 어떤 관점에서 보느냐에 따라 영화의 성격도 달라지게 된다. 사랑이라는 같은 주제로 만든 영화라도 '연애의 목적'과 그 외의 무수한 사랑 영화를 생각해보라.
그렇다면 수많은 사랑 영화중의 하나인 광식이 동생 광태는 어떤 사랑을 표현하고 있는 것일까...
될 사랑이라면 온갖 운명의 장난과 변수(contingency)를 다 극복해내고 결국 이루어지고, 반대로 안될 사랑은 뭘 해도, 아무리 오래 기다려도 이루어지지 않는다. 이것은 서른 살이 넘도록 '사랑한다'라는 말을 한 번도 해보지 못한 광식의 깨달음(?)이다.
사랑은 그저 육체적 결합이 다가 아니다. 많은 것을 서로 함께 한다는 것이 사랑이다. 이것은 스물 여섯살까지 셀수 없을 정도로 여성과 SEX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사랑한다'라는 말을 한 번도 하지 않은 광태의 깨달음이다.
이 영화를 재밌게 본 것은, 광식의 소심한 행동들, 광태의 코믹한 행동, 그리고 결말이다. 윤경(이요원)의 결혼식에 잠적했던 광식이 다시 나타났을 때만 해도, 난 '아 ... 결국은 이 영화도 결국은 쓰레기 같은 엔딩으로 끝나는 구나' 했는데 난 감독(혹은 작가)에게 멋지게 속아넘어 간 것이었다. 결혼식장에서의 김주혁은 정말 멋졌다.
광식의 소원대로 운명의 상대와 마주쳤을 때 하늘에서 무슨 신호가 보내진다면 얼마나 좋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