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엿듣기를 잘한다. 정말로! 아무리 생각해도 나의 특기는 사소한 것 기억하기와 엿듣기가 아닐까...
고등학교 때 항상 Search Engine을 켜고 아리따운 여고생들을 검색했다면 요즘에는 항시 귀를 열어두고 다닌다. 그렇다고 내가 특정 인물에 대해 엿듣는다거나 뭐 그런 변태는 아니다 -_- 어차피 내가 그들의 대화를 엿들어도 그들은 손해볼 껀덕지가 전혀 없다. 내가 그들을 아는 것도 아니고 그들에게 무언가 영향을 끼칠 수 있는 인물도 아니며 그들의 대화를 100% 정확하게 전부 엿듣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그냥 어딘가를 걸어 갈 때, 아니면 지하철 안에서 아무 생각도 없이 그냥 있다보면 나도 모르게 귀가 쫑긋쫑긋 주위의 음파들을 모으고 또 모은다. 잘 들어보면 재밌다. 특히 여자들의 수다는 말이다. 게다가 내 엿듣기는 처음부터 끝까지 다 엿듣는 것이 아니므로 그들의 대화에 나의 상상력이 가미(?)가 된다.
얼마전에 버스를 타면서 여중생들이 '스타크래프트'에 관해 얘기 하는 것을 들었다. 보통 여자들은 스타크래프트 자체를 좋아하는 것이 아니라, 임요환, 서지훈 등의 꽃돌이 프로게이머를 좋아하는 경향이 심하다. 무조건 그렇다는 것은 아니며 내가 보아온 대부분의 여자들은 그랬다. 하지만 버스안의 여중생들은 테란의 '골리앗'이라는 유닛에 대해 나름데로 심각하게 토론하고 있었다. -_- 왜 골리앗은 그렇게 좋으냐, 왜 드랍십에 4마리나 태울 수 있느냐는 불평에 다른 한 쪽은 대신 멍청하지 않느냐라는 답변으로 티격태격하는 모습이 왜그리 웃기던지. 나도 모르게 내 엿듣기Rule을 어길 뻔 했다. - 절대 엿듣고 있다는 사실을 티내지 말라!!
지하철에서 연인들이 싸우는 대화를 엿들어도 재미있다. 듣고 있자니 유치해서 귀가 근질근질 거린다. 사랑에 빠지게 되고 질투에 눈이 멀면 그렇게 유치해지는 것일까? 나도 그렇게 되는 것일까? 아니면 내 애완熊도 그렇게 될 수 있을까? ㅋㅋ -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