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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uman Life/Prejudice

Wonderful Tonight #2

by 알 수 없는 사용자 2006. 4. 10.

그녀의 손에 들린 그것은 바로 '담배'였다.  그녀는 익숙한 포즈로 라이터로 담배에 불을 붙여 힘껏 빨아당기고는 연기를 내뿜는다.  그는 충격에 멍하니 있다가 친구들에게 말한다
"허헛! 낄낄~ 저여자 봐, 담배 하나 꼬나물었는데? 아버지 혹은 삼촌과 술마시며 담배 쪽쪽 빨고있다야~ "

친구들이 힐끗 쳐다보곤 말한다
"하하하 아빠 역시 디스가 최고라니깐!! 뭐 이러면서 아빠앞에서 담배를 피나? 하하하"

T도 따라웃으며 맞장구친다.
"어떤 미친 X이 지네 아빠 앞에서 디스는 필터코앞 까지 쭈욱 빨아야 제맛이야~! 이러겠냐?  어쨌든 아빠나 삼촌은 아닌가 보군 그래.. 거 봐 내말이 맞지? 낄낄 20분만 있으면 일어나서 조기 저기 성인용품점 간다니깐~"

"그럴 필요 뭐 있냐~ 그냥 바로 모텔로 직빵이지 크하하하"

그의 말에 친구들은 배꼽을 잡고 웃는다.  낄낄대는 친구들의 웃음소리는 T의 가슴을 구석구석 후벼판다. 
T는 담배를 극도로 혐오한다.  남자든 여자든 자기 옆에서 담배를 피우는 꼴은 절대 못본다.  그러나 그의 상상은 한 단계 양보를 하는 수 밖에 없다. 

'그럼 아빠나 삼촌은 아니고 오빠일려나? 뭐 오빠앞에선 담배 하나 필 수도 있지뭐.  오빠가 잠깐 자리를 비우면 그 때 살짝 연락처라도 하나 물어보거나 아니면 혹은 내가 연락처를 줘 볼까? 올해가 다 지나도록 기다릴테니 꼭 연락주세요라고 하면서 말이야... 그러면 결국 그녀는 내게 연락을 해올테지.'

'처음 만나는 그날 아쉽게 헤어지면서 그녀에게 선물을 하나 해주면 그녀는 완전 감동하겠는데?  하트표시가 있는 지포라이터를 주면서 느끼한 멘트 하나 날리는거지 '저 담배 무지 싫어하지만 xx씨 담배피는 건 왠지 전혀 신경이 안쓰이는데요? 하하 쑥스러워 마시고 담배 마음데로 피셔도 되요, 대신 항상 담배피울때마다 이 라이터로 불붙이면서 저만 생각하세요~라고.. 낄낄  그러면서 바로 .. 낄낄'

T는 흐뭇한 미소를 감추며 다시 맥주를 쭈욱 들이킨다.  맥주를 들이키면서도 몰래몰래 힐끗 그녀을 바라본다.  여전히 그녀는 담배를 입에 물고 연신 연기를 뿜어대며 맞은 편의 오빠일지도 모르는, 오빠여야만 하는 남자와 얘기를 주고받고 있다.  T가 맥주를 들이키고 '크으~'를 내뱉는 그 순간 그 남자가 자리를 뜬다.  아무래도 화장실에 가는 듯 하다.

T의 머릿속에서 온갖 생각들은 마치 어린애들이 불어댄 비누방울 마냥 수도없이 흘러나왔다가 퐁퐁퐁 터지고 있었다. 

'그래 바로 이때야, 잠깐 가서 연락처라도 한 번 줘 볼까? 아니 저 남자가 진짜 남자친구일지도 모르잖아 젠장, 괜한 짓 했다가 친구놈들 보는 앞에서 개망신 당하는 것 아냐? ... 아니야 젠장 빌어먹을 공대생 유머에
한탄이나 하며 웃을 수는 없잖아~  적어도 30은 훨씬 넘겨보이는 저놈과 많아봐야 내 또래인 저 여자가 남자친구일리가 있겠어? '

T는 주먹을 불끈 쥐며 망설임을 단숨에 털어내고 일어선다.  그러나 그 때 T의 시선에 돌아오는 남자가 들어온다.

'제기랄...'

일어선 그를 보며 친구들이 묻는다.
"야 어디가게?"

"으응? 아 나 화장실 가려고, 맥주를 먹었더니 물 좀 빼고와야겠다~ 낄낄"

T는 자기의 순발력에 스스로 감탄하며 화장실로 간다.  그는 아직 몽상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소변을 보고 나서 그는 테이블로 돌아가지 않고 처음에 술집에 들어오면서 봐두었던 자동음악 연주기로 간다.  동전을 몇개 넣고 그는 Eric Clapton의 "Alberta" 그리고 "Wonderful Tonight" 을 신청해놓는다.  지금 술집 구석구석까지 쾅쾅대는 메탈리카의 스래쉬 메탈음이 끝나고 나면 그가 신청한 노래가 흘러나올 것이다.  그는 다시 테이블로 돌아갔다

"야 나 신청곡 하나 주문했다. 좀있으면 나올거야~"

"뭐 신청했는데?"

"기다려봐 짜샤, 술이나 한 잔 하자"

메탈리카의 노래가 끝나고 그가 신청한 노래가 흘러나온다.  그러나 워낙 시끄러운 술집안에서는 쾅쾅대지 않는 Eric의 노래는 거의 들리지도 않았다. 

"야 이게 뭐냐~ 들리지도 않잖아? 그 다음 노래는 뭐 했는데?"

"그러네, 그 다음 노래는 Wonderful Tonight으로 했지 뭐"

"야 이런데서 그런 노래를 틀면 되겠냐? 분위기를 가려가며 틀어야지 짜식~"

"야 이런 분위기가 어때서? 난 좋기만 하구만.. 젠장 빌어먹을 술집 왜이리 시끄러운거야... 낄낄"

T는 다시 한 번 기회를 노린다.  그 남자가 한 번만 더 자리를 비켜주기만을 말이다.  그런데 놀랍게도 그 남자는 다시 일어나 어디론가 간다.  다시 T는 갈등하기 시작한다.  오랫동안 처음보는 여자와 말도 하지 못한 그의 홀아비적 근성과, 이제 그것을 탈피하고 싶다는 그의 환타지적 욕망이 서로 꿈틀대며 싸운다.  바로 그 때 그가 신청한 Wonderful Tonight이 흘러나온다.  방금 나온 Alberta보다 볼륨이 훨씬 높다.   Eric Clapton의 감미로운 기타 선율이 그의 귀를 간지럽히며 그의 환타지적 욕망에 힘을 불어넣는다.  바로 그 때

남자는 다시 돌아온다.  그리고는 그 여자 옆에 앉고 팔을 그녀의 어깨에 걸친다.  그리고는 그녀의 얼굴을 쓰다듬는다.  T는 멍하니 보고만 있을 뿐이다.  하지만 마냥 멍하게 있을 수만은 없다.  T는 친구들에게 말한다.

"야~! 쟤네들 봐라~ 낄낄, 이제 본색이 나오는데? 쪽쪽 빨고 난리도 아니다야~"

친구들이 고개를 젖혀 그쪽을 힐끗 바라보더니 맞장구 친다.
"야~ 니 말데로 이제 바로 조기~ 들렀다가 모텔가는거 아냐? 크하하하"

"아니라니깐, 바로 모텔로 직행이라니까.. 으하하하"

그 커플은 마지막 남은 맥주잔을 털어내고 자리에서 일어나 어디론가 간다.  이것을 본 T는 크게 웃을 수 밖에 없다.  그의 귀에 들려오는 음악이 안들리도록 크게 웃을 수 밖에 없다.  그러나 Wonderful Tonight의 마지막 선율은 그의 귀를 파고들어 그의 마음속을 여기저기 Wonderful하게 파헤칠 뿐이다.

The end

ps. 절대 fiction임 -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