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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주석의 '한국의 美 특강' 본문

Human Life/Book

오주석의 '한국의 美 특강'

비회원 2006. 2. 17. 2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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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는 꽃이다. 사상의 뿌리, 정치 · 제도의 줄기, 경제 · 사회의 건강안 수액(水液)이 가지 끝까지 고루 펼쳐진 다음에야 비로소 문화라는 귀한 꽃은 핀다. 지금 한국 문화는 겉보기에는 화려한 듯싶으나 내실을 살펴보면 주체성의 혼란, 방법론의 혼미로 우리 정서와 유리된 거친 들판의 가시밭길을 헤매고 있다.
법고창신(法古創新)이라야 한다! 문화는 선인들의 과거를 성실하게 배워 발전적 미래를 이어가는 재창조 과정이다.
문화의 꽃은 무엇보다도 우리 시대가 김홍도시대에 못지 않은 훌륭한 사회를 이룰 때만 피어난다.
무엇보다 근본적으로 우리의 삶 그 자체가 아름다워져야 한다.
- 본문중에서




책은 3장과 부록으로 구성되어 있다.

1장에는 옛 그림 감상의 두 원칙에 대한 강의가 있다.
옛 그림은 옛 사람의 눈으로 보고, 옛 사람의 마음으로 느끼라고 한다.
그렇게 하기 위해서 모든 그림은 대각선 길이의 1~1.5배 정도 떨어진 위치에서 보고 - 즉 그림의 크기마다 감상거리가 달라져야 한다는 말- 그리고 우리의 옛 그림은 右上에서 左下의 시선처리로 봐야 한다. 서양식의 가로쓰기에 길들여져 있는 나는 몇번이나 강조하는 오주석 선생의 말에도 불구하고 책 중반까지 이 조언을 따르지 못했다. -_-; 그만큼이나 나는 지금까지 제대로된 우리 그림 감상법과는 먼 감상법을 받아들여 온 것이었다. 신기하게도 그림을 볼 때 시선의 방향을 어떻게 하는가에 따라 그림은 확~ 다른 느낌이 난다.

오주석 선생은 김홍도의 '씨름' '무동' 등의 그림으로 알기쉽게 강의를 해놓았는데, 내가 그동안 모르고 지나쳤던 부분이 너무 많았다. 부끄럽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우리나라의 미술교육이 한심스럽기도 했다.

2장에는 옛 그림에 담긴 선인들의 마음에 대한 강의가 있다.

우리의 옛 그림에는 다른나라보다 특히나 정신적이고 철학적이며 사유적인 부분이 뛰어나다고 한다. 그림 뿐만이 아니라 삶과 문화속에 깃든 정신이 모두 음양오행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뿐만 아니라 그저 화려하게 드러나는 경박한 그림이 아니라 획 하나하나에도 아무것도 그리지 않은 여백하나하나에도 다 뜻이 담겨있다고 하니 놀라울 따름이다.

그렇다고 그림을 그려내는 묘사력이 딸리느냐 그것도 아니었다. 김홍도는 백두산 호랑이의 용맹스러움을 초인적인 묘사력&기술로 표현해내었다.(송하맹호도-책의 표지부분은 이 그림의 일부분이다.) 게다가 이 그림에서는 호랑이의 생태까지 남김없이 표현되어 있다. 호랑이가 영역을 남기기위해 소나무에 자국을 새기는 도중에 바닥에 떨어진 껍질까지 말이다.  이 그림 역시 그냥 아 좋은 그림이구나, 국보 XX호구나, 조선시대 김홍도가 그린 그림이구나하며 지나쳐버린다면 아무 그림도 아니게 된다. 차라리 이쁜 자식놈이 크레파스로 죽죽 그려놓은 그림만 못한 그림이 되어버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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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와 나비와 돌과 꽃을 그려넣은 황묘롱접도는 알고보면 "오늘 생신을 맞으신 주인께서는 70노인이 80노인이 되시도록 오래오래 장수하시는데, 그것도 잔병치레 없이 건강하게 청춘인양 곱게 늙으시기를, 그리고 그 밖에도 가사내외 모든 일이 다 뜻대로 되시길 바랍니다." 라는 뜻이 있다고 한다. -_-; so cool~!!

3장에서는 옛 그림으로 살펴본 조선의 역사와 문화에 대해 강의이다. 나도 그렇고 많은 사람들이 조선시대 특히 조선 말기시대를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다. 이런 점에 대해 오주석 선생은 명확하게 해명(?)을 하였는데, 나는 고개를 절로 그떡이면서도 그래도 찝찝함은 어쩔수가 없다. 하지만 생각이 조금 바뀌긴 바뀌었다.

조선시대의 문화의 저력을 보여주는 사례가 하나 있다. '화성성역의궤'가 무엇인고하니 바로 정조시대에 건축한 수원 화성(유네스코 지정 세계 인류의 문화유산)을 지을때 작성한 보고서이다. 이 보고서를 살펴보면 성을 축조했을 때 인부 한 사람 한 사람에게 준 노임이 모두 기록하였으며  성곽 위치에 민가가 여러 채 놓여 있는 경우에는 성벽 설계도를 수정하여 민가를 비껴가도록 했다는 것이다.  

그리고 조선문화는 성리학에 바탕을 두었기 때문에 외적인 화려함 보다는 정신적이고 내적인 정숙미와 고결함을 추구하였다. 삼국시대나 고려시대의 화려한 문화에 비해 조선시대의 문화가 떨어진다는 것은 절대 아닌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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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주석 선생은 조선시대의 초상화를 단연코 세계 최고의 작품이라고 주장하며 열변을 토한다. 조선 시대의 초상화를 보면 그 사람의 성격이나 기품을 대번에 알 수가 있다. 또한 수염부분은 현대화가들이 절대로 재현해낼 수가 없을 만큼 뛰어나며 한복의 주름 하나하나에도 운율이 있단다.
게다가 얼굴에 기미나 검버섯도 진실대로 그린 엄정한 회화정신이 담겨있다고 한다.  똑같은 인물인데 10년후에 그린 그림을 보면 검버섯 부분이 더 커져있고, 얼굴에 노인성 지방종까지 표현되어있다. 보통 서양의 그림이 사실적이라지만 조선의 초상화야 말로 사실성의 극치를 담고 있는 것이다. 이를  一毫不似 偏是他人(일호불사 편시타인, 터럭 한 오라기가 달라도 남이다)라고 한다.-_-;
보기에 거슬리는 검버섯, 부종같은 환부까지 정확히 그린 것은 예쁜 모습이 아니라 진실한 모습, 참된 모습을 그리려 했기 때문이란다.


좌의정 채제공의 초상화(바로 윗그림)에서는 아무리 사실적으로 그린다는 초상화라지만 그래도 정승인데, 눈을 사팔뜨기로 그려놓았다. -_-; 이에 반해 20세기에 우리 초상화는 예쁘기만 하고 정신(혼)이 없는 그림이란다. 여자는 그저 이쁘게 남자는 멋지게 다 비스무리 하게 그려놓고 얘는 논개다, 얘는 논개고 얘는 춘향이다. 이 사람은 이순신 장군이다 라고 불러버리면 그만이라는 것이다. 게다가 이런 그림들이 우리 역사교과서에 판을 치고 있단다. 그 밖에도 많은 부분들에 대해 열변을 토하며 책은 마무리 되었다.

친구가 강력추천하여 읽었는데, 전혀 지루하지 않고 재미있었고 우리 그림이 이렇게나 뛰어나구나라는 생각에 놀라웠고, 한편으로는 왠지 부끄러웠다. 그리고 문화산업이다 뭐다 하며 문화를 그저 돈놀음으로 생각하는 요즘 사람들이 한번 쯤 봐야할 책이 아닐까...  공자께서는 아는 것은 좋아함만 못하고 좋아함은 즐김만 못하다라고 말씀하셨단다. 하지만 알지 못하고서는 좋아할 수 었고 좋아하지 못하고서는 즐길수가 없는 것이 아닐까? 우리의 소중한 문화에 대해 진짜로 관심을 갖고 알려고 하는 노력이 필요한 듯 하다.

ps. 오주석 선생은 50살이라는 많지 않은 나이에 백혈병으로 1년 전에 타계하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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