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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uman Life/Book

시오노 나나미의 '나의 친구 마키아벨리'

by 알 수 없는 사용자 2006. 3. 2.
나의 친구 마키아벨리 상세보기
시오노 나나미 지음 | 한길사 펴냄
15세기 피렌체의 정치가 마키아벨리의 생애와 사상, 업적을 유년기와 청년기, 1498년 28세의 나이로 서기장이 되어 유럽 각지를 주유하던 일들, 반메디치파로 몰려 관직에서 쫓겨난 뒤 '군주론'을 비롯한 저술을 쓰며 이탈리아와 유럽을 숙고하는 그를 그려내고 있다.
나는 시오노 나나미라는 인물을 굉장히 좋아한다. 잘 몰랐을 때는 그저 '로마인 이야기'를 쓴 굉장한 할머니인줄로만 알았는데 '체사레 보르자 혹은 우아한 냉혹'이라는 책을 읽고나서부터 이 할머니(!)의 능력에 감탄만 대략 십만번 했다 -_-. 이탈리아 狂매니아라고 할 수 있는 시오노 나나미가 아니면 쓸 수 없는 그런 책이었다. 사료를 엄청나게 연구한 것을 바탕으로 소설가 특유의 상상이 만들어낸 멋진 소설이 바로 '체사레 보르자 혹은 우아한 냉혹'이다. 또한 제목도 멋있다!! 우아한 냉혹이라니!! 뭔가 이해는 안되지만 그냥 언뜻 보기에도 좋지 않은가?

어쨌든 '체사레~'를 읽고 나서 시오노 나나미의 책을 굉장히 많이 읽었다. 바다의 도시 이야기, 전쟁 3부작, 3개의 도시 이야기 등등. 그리고 최근에 읽은 것이 나의 친구 마키아벨리이다. 이 책을 읽기 전엔 마키아벨리 하면, 중학교 고등학교 때 학교에서 배운 지극히 단편적인 지식으로 그저 피도 눈물도 없는 놈으로만 생각했었다.  

하지만 '체사레~'에 마키아벨리가 제법 중요한 인물로 등장하는데 이 때부터 마키아벨리라는 인물에 조금 관심을 가졌었다. 그리고 '나의 친구 마키아벨리'라는 책을 읽게되었다.

이 책을 읽고나서 알게 된 사실로, 마키아밸리는 군주론, 정략론, 전략론, 피렌체사 등을 남긴 선진 정치사상가, 역사가이기도 했지만 당시에 제법 잘나갔던 희극작가, 비극작가이기도 했다. 또한 피도 눈물도 없는 독한 성격의 소유자가 아닌 따뜻하고 때론 비굴하고 때론 마누라를 고향에 두고 출장가서 딴 여자랑 바람을 피우는 평범한 남자였다는 것도 알았다. 특히 친구들과 주고받은 편지는 압권이었다. 어떻게 말로 설명할 수가 없다 -_- 보면 안다. 보면 이런 말이 나올 것이다. 아마도.. '씨발 -_- 변태같은놈'

마키아벨리가 남긴 대부분의 위대한 저작들은 마키아벨리가 강압적인 은퇴를 하고나서부터이다. 초대 종신대통령 소데리니 밑에서 그야말로 초인적으로 혹사를 당하며(물론 자신은 그것을 즐긴듯 하다.) 바쁘게 돌아다녔던 마키아벨리는 불과 40대 초반에 메디치가가 피렌체에 복귀하면서 모든 것을 잃는다. 옥고도 치루고, 돈도 쪼달리던 마키아벨리는 어쩔 수 없이 가문에 내려져오던 조그만 농장에서 살게된다. 거기서 정말로 비참한(이전에 살았던 생활에 상대적으로 비교해서) 삶을 살며 친구에게 이렇게 편지를 쓴다. 자세히는 기억이 안나지만 '내가 이렇게 사는 것을 운명의 여신이 본다면 양심의 가책을 느낄 것이라고'

우리나라 최고의 영웅 이순신 장군은 난중일기에서 자기를 질투하고 모함하는 자들에 대해 의외로(!) 속좁은 마음을 드러냈다. 그들에 대해 분노를 드러냈던 것이다. 그리고 자기보다 일찍 세상을 뜬 아들로 인해 비통한 심정을 드러내기도 하였다.

마키아벨리도 마찬가지였다. 한창 왕성하게 활동하고 있던 시절에 단번에 모든 것을 잃어버린 사내, 그리고 그런 울분을 굉장히 진보적이면서도 냉철한 시각으로 승화시켜서 작품을 완성한 인간. 나는 이 책을 읽고 마키아벨리는 내 친구로 삼았다.

*나중에 군주론을 읽어보았는데, 진짜 생각보다 어렵지 않다. 문체가 굉장히 명확하고 논리적이며 간결하다. 그저 조금 지루할 뿐 :-) 그래봤자 정치&사상 서적인걸 우짜리요.

*2004.6.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