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친님과 즐거운 데이트를 마무리 하고, 여친님을 집까지 바래다 주는 길에 쓰레기 수거차가 있었다. 본능적으로 나는 "어라~ 쓰레기차네~ " 라는 말과 함께 옆으로 비껴갔다. 이 때 여친님 왈 "나도 쓰레기 냄새나는거 싫고 그렇지만 아저씨들 생각하면 그냥 지나가야지"
순간 너무 내 자신이 부끄러웠다. 그리고 안도현 시인의 시가 생각났다.
연탄재 함부로 발로 차지 마라
너는
누구에게 한 번이라도 뜨거운 사람이었느냐
너는
누구에게 한 번이라도 뜨거운 사람이었느냐
왜 진작에 깨닫지 못했을까? 그 아저씨들은 우리들의 아버지인 것을. 혹시라도 우리가 아니 내가 쓰레기 차를 비껴가며 코를 쥐어막고 가는 것을 볼 때 마다, 얼마나 마음 상했을까 ......
또한 냄새나는 쓰레기들한테도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쓰레기들이 왜 쓰레기인가? 쓰레기들이 원래부터 쓰레기였을까? 당연히 아니다. 누가 쓰레기가 아닌 것들을 쓰레기로 만들었나? 바로 인간, 우리들, 그리고 나다. 음식 쓰레기들, 더럽고 찢어진 종이들은 바로 내가 어제 먹다가 버린, 그리고 쓰다가 버린 불쌍한 녀석들이 아닌가.
그리고 과연 나는 나를 더럽혀가며 남을 위한 위한 적이 있었던가? 나는 누구에게 한 번이라도 깨끗한, 먹음직스러운 사람이었는가? 과연 쓰레기가 더럽다고 냄새난다고 당당하게 코를 쥐어막고 옆으로 비껴갈 자격이 있는가?
내가 저질러 놓은 일을, 내가 더럽다며 피해가는 이 상황이 참 우습기도 슬프기도 하다. 지금 이 순간에도 자신이 무언가를 잘못하고 있다는 사실을 인지하지 못한채, 희희낙락대는 꼴이란......
진짜 더럽고 냄새나는 것은, 인간들이 먹고, 쓰다 버린 쓰레기들이 아니라 서로를 불신하고 미워하고, 자신의 잘못이 무엇인지 모르는 인간들의 마음이 아닐런지...
고약한 냄새가 나는 것은 어쩔 수 없다. 하지만 멀리서 쓰레기 수거차가 보이면 아예 다른 길로 피해가던지 아니면 살짝 숨을 참고 태연하게 지나쳐야겠다. 최소한 고생하시는 아저씨들을 향해 미소를 지으며 인사는 못하더라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