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소공포증(acrophobia)는 높은 곳을 두려워 하는 증세를 의미하는 의학용어이다. 그런데 고소공포증이 있다면, 저소공포증도 있어야 하는거 아닐까? -_-; (억지긴 하지만...) 지상에서 높게 뻗은 마천루의 끝을 올려다보고 있으면 ... 현기증이 생긴다.
길을 가다가 높은 건물을 올려다보면 나는 두렵다. 나의 처지가, 나의 마음이, 나의 상황이...... 훌쩍 커버린 지금 말단에서 끝도 보이지 않는 높은 곳을 쳐다보고 있으면 말이다. 또한 얼마나 올라가야 할지도, 얼마나 올라왔는지도 제대로 모르는 내 자신이 부끄럽다. 나는 과연 어디까지 올라갈 수 있을까?
언제쯤 나는 저 건물의, 이 사회의 정점(acro)에 설 수 있을까? 아니면 정점이 아니더라도 얼마나 많이 올라갈 수 있을까? 많은 서적과 사람들에게서, 그리고 학교에서 나는 배웠다. 사회적 지위, 돈 따위에 연연하다보면 삶이 불행해진다고. 하지만 그래도 한 번 쯤은 끝을 향해 달려가야 하지 않을까? 올라갔다가 다시 내려오면 되는거 아닌가? 물론 올라가는 과정에서 이미 우리는 절대로 보상받을 수 없는 것들을 다 흘려보내어서, 다시 내려온다 하더라도 그것들을 다시 찾을 수 없을런지도 모른다.
난 두렵다. 나의 낮음이 두렵고 또한 내 두려움이 쓸데없는 욕심, 집착에서 기인하는 것 같아 두렵다.
이게 내 저소공포증이다. lowphobia라고 하면 될려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