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으로 창을 내겠소>
-김상용
남으로 창을 내겠소.
밭이 한참갈이
괭이로 파고
호미론 풀을 매지요.
구름이 꼬인다 갈 리 있소.
새노래는 공으로 들으랴오
강냉이가 익걸랑
함께와 자셔도 좋소.
왜사냐건
웃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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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학교때였던가? 아니면 고등학교 다닐 때였던가? 이 시를 처음 봤을 때 그냥 웃었다. 은유법이 어쩌고 저쩌고 대유법이 어쩌고 저쩌고, 운율이 이래저래 어쩌고 저쩌고를 윽박지르던 국어 선생님이 이 시를 낭송할 때는 뭐랄까... 색다른 느낌을 받았더랬다.
이 시를 다시 읽으니, 새삼스럽지만 그 때 국어 선생님이 생각난다. 이름이 뭐였더라... 피식~
내가 일하는 사무실엔 창문이 없다. 당연히 공기도 탁하고 채광도 구리다. but 난 남으로 창을 낼테다.
내 마음속에...
괭이로 파고 호미론 풀을 매지요. 내 마음속에 내 꿈과 희망을 가꿀테다.
이런 내가 부러운 사람은 나랑 강냉이 혹은 볶은 콩을 함께와 자셔도 좋소.
왜 사냐고? 웃으려고, 혹은 먹으려고, ...
비록 우리는 죽음을 향해 달려간다고는 하나, 죽음만 생각하기엔 너무 죽음스러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