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시를 처음 봤을 때 "한 송이의 국화꽃을 피우기 위해 봄부터 소쩍새는 그렇게 울었나 보다"로 시작하는 서정주 시인의 '국화옆에서'라는 시의 앞부분이 생각이 났다.
생명이 탄생하거나 또는 탄생하여 성숙해갈때, 순전히 자신의 힘만으로 되는 것은 아니다. 사람을 예로 들면 먼저 태어나기 위해서는 어머니와 아버지의 사랑이 결실을 맺어야 하고, 태어나서는 부모님이 키워주셔야 하고 또한 친구들을 사귀어야 하고 학교도 가야한다.
시골이나 한적한 마을 어딘가에 보이는 노오란 들국화 역시 그냥 피어나는 것은 아니다. 우리들이 아무생각없이 들국화가 핀 것을 보고 지나칠 때, 이성선은 그 꽃을 하늘이 피우셨다는 것을 깨닫는다.(하늘이란 자연의 삼라만상이라고 해석해도 될 듯하다.) 햇빛과 바람과 이슬과 흙과 벌과 나비 등이 들국화를 피웠다는 것을 깨달은 이성선은 그것을 한지에 싸서 비밀히 당신께 드리겠다고 말하고 있다. 비밀히 드리는 이유는 하늘이 피웠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들국화를 하늘이 피운 것임을 아는 맑고 순수한 영혼을 가진 사람이 바로 당신이기 때문이라고 말이다. 당신만이 들국화 향기를 간직하기 가장 알맞은 까닭인 것이다.
사랑이라는 진부한 소재지만, 진부하지 않은 느낌 . 이런 느낌 때문에 이성선 시인이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