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론부터 따지면 아마도 2006년 전반기 최고의 작품이 되지 않을까...
참고로 연극 "이(爾)"를 영화로 만든 작품이라고 한다.
이 영화를 보고나서 움베르토 에코의 '장미의 이름'이 떠올랐다. 장미의 이름에서 두 주인공이 논쟁을 벌이게 되는데 주제는 Comedy, 즉 희극이다. 막말로 웃음이라는 것. 한 명(윌리엄 수도사)은 얼핏보면 쓸데없고 멍청해 보이는 것이 희극이지만 그 속에는 설교와 기도 못지 않은 진리가 숨어있다고 주장하고, 다른 한 명(호르헤 노인)은 웃음은 신에 대한 모독이라는 주장을 한다. (참고로 이 논쟁은 대단히 철학적이며 수사적이며 복잡해서 아마 내가 기억을 제대로 못하고 있거나 왜곡시켜서 기억을 하는 것일 수도 있다. 읔 장미의 이름을 다시 읽던가 해야지-_-)
연산군(정진영)은 광대들의 놀이를 보며 웃는다. 하지만 연산군의 웃음은 광기로 변한다. 광대들의 놀이를 볼 때마다 피바람이 몰아친다. 그리고 연산군은 그 웃음 자체에 집착을 하게 된다. 애초에 궁 안에서의 광대놀음을 주도한 내시의 대빵-_-(장항선)은 연산군이 광대들의 놀이를 보며, 툭하면 '선왕께서는 ~~하셨습니다, 선왕께서는 ~~하지 않으셨습니다'라며 나불거리는 공신이라는 놈들 - 하지만 그들은 부패했으며 타락했다 -을 과감히 배척하길 바랬을 것이다. 즉 희극속에서 자신이 나아가야 할 길을 찾기를 바랬을 것이다. 하지만 연산군은 그러지 못했다. 피바람만 일으키고, 이쁘장한 광대 공길이(이준기)에 빠져들어 버린다.
물론 영화에서는 연산군의 엄마에 대한 그리움, 이를 유일하게 이해해주는 공길, 그리고 그들의 유대감. 이에대한 장록수(강성연)의 질투와 음모, 그리고 지극히 공길을 아껴주는 장생(감우성)... 신분은 제일 천하지만 놀음을 할 때는 세상은 모든 고뇌를 떨쳐버린 절대자유의 광대들... 이런 것들이 적절히 뭉뚱그려져 있다. 내가 영화 '왕의 남자'를 칭찬하고 싶은 점은 바로 이런점이다. (나 왕의남자 알바 아님-_- ㅋㅋ)
(2006.1.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