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Human Life/Prejudice

사주팔자에 관하여

by 알 수 없는 사용자 2006. 4. 16.
여자 한의원장이 쓴 '아가씨 말고 원장님 나오라고해'라는 책이 집에 있다. 심심하던 차에 무슨 내용일까 해서 책의 중간부분을 대뜸 펼쳐보니 내용은 '한의학에서는 섹스를 어떻게 보는가'에 관한 것이었고 제법 재미있었다. 책에 제법 흥미가 생겨서 다시 책을 듬성듬성 넘겨서 펼쳤는데 그 부분은 인간의 체질, 사주팔자에 따라 같은 병이라도 처방을 달리한다는 내용이었다. 나의 고민은 여기서부터 시작되었다.

내 고민이란 바로 이런 것이다. 예를 들어 이런 경우가 있다고 생각하자. 갑이라는 사람은 남자이고 2003년 12월 31일 밤 11시 59분에 태어났고, 읍이라는 사람역시 남자이고 2004년 1월 1일 오전 0시 1분에 태어났다. 사주팔자에 따르면 불과 2분만에 두 사람의 운명과 체질이 바껴버리게 된다. 따라서 처방하는 약재나 치료법도 달라지게 된다. 이런 것이 과연 맞다고 할 수 있는 것일까? 조금더 생각해보면 사주팔자는 태어난 연월일 그리고 십이간지로 나눈 시각을 보게되는데 불과 수 초 차이로 판이한 결과(?)가 나오게 되는 것이 아닐까? 또한 사주팔자에 의한 처방을 내린다고 했을 때, 혹시라도 출생 연도, 월, 일, 시각을 잘못 계산해버렸다면 어떻게 되는 것일까?

곰곰히 생각해보면, 이 문제의 근원 또는 핵심은 연속적인 시간을 인간이 임의로 나눈 것에 있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내가 글을 쓰고 있는 이 시점에서도 시간은 연속적으로 흘러가는 것이고 그 누구도 연속적인 시간을 잡아낼 수는 없다. 물론 연속적인 것을 인간이 임의로 나눈 것은 시간뿐만이 아니다. 쉽게 생각해낼 수 있는 것이 색(Color)이다. 빨주노초파남보의 사이에도 무수한 색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인간들은 그런 색에 대해서는 그다지 관심을 두지 않는다. 아마 관심을 두지 못한다고 보는 것이 옳을 것이다. 한마디로 우주를 인간의 관점으로 틀을 잡아버린 것이다.

이런 딴지를 아는 후배녀석에게 말했더니, 인간이 만든 틀에서 인간에대해 결과를 도출해내는 것이 아닌가하고 답변을 했었다. 한 편으로는 수긍이 가긴 하지만 역시나 인간은 제멋대로 노는 종족임에는 틀림없다는 나의 생각은 절대 변하지 않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