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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uman Life/Drink

위스키에 빠지다.

by Humaneer 2023. 3. 1.

어느 순간부터 소주 맥주를 취하기 위해 막 퍼 마시는 것 말고는 아무 의미가 없는 음주행위에 회의감이 들기 시작했다. 그래서 대략 2020년 부터 칵테일에 조금씩 재미를 붙여서 와이프, 가끔 집에 찾아오는 친구나 지인들에게 나름 정성을 들여 대접할 수 있고, 취하기 위해 마시는게 아닌 즐겁게 그리고 맛을 음미하며 마실 수 있는 칵테일에 입문하게 되었다.

 

칵테일의 기주가 되는 보드카, 데킬라, 럼 그리고 진을 두 세가지 이상의 종류로 사모았고 리큐르도 이것저것 사모아서 많은 종류의 칵테일을 경험해 봤다. 내가 가장 맛있게 마신 것은 '마가리타'와 '모히또'. 생각보다 엄청 실망이었던 것은 '보드카 마티니' - 007 제임스 본드 이 맛알못 ㅅㅂㄹㅁ ㅡㅡ; 

 

근데 이 칵테일의 문제는 내가 딱 특정 종류의 칵테일만 마시겠다가 아닌 이상에야 계속 재료를 모아야 한다. 근데 사서 마셔보니 생각보다 별로일 경우가 꽤나 많았고 - 마티니 한 번 마셔보겠다고 사놓은 드라이 베르뭇은 아직도 냉장고에서 양이 1년째 그대로다. ㅋ- 그리고 레몬 라임 등등 그냥 쥬스로 대체하기에는 뭔가 아쉬운 녀석들을 소량으로 구매하자니 그것도 좀 부담스러웠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레 '돈'이라는 많이 부담스럽긴 하지만 그 외의 재료는 필요가 없는 위스키로 방향을 조금 틀기 시작했다. 무슨 20년이니 30년이니, 파랑라벨이니 뭐니 까지 아니더라도 충분히 가성비 라인으로 구매해서 맛, 향도 음미해 보고 다른 것들이랑 비교도 해보는 재미가 꽤나 쏠쏠하다. 

 

극한의 피트 아드벡(좌), 향긋한 과실향의 글렌피딕(우)

지금까지 내 돈 주고 산 싱글몰트는 아드벡 언오(Ardbeg An Oa)와 글렌피딕 15년(Glen Fiddich 15 Solera Reserve)인데, 시작한 두 녀석의 스펙트럼이 극단적으로 반대편에 있는 놈이라 그런지는 모르겠으나, 피트는 내 스타일이 아니다 정도로 일단 임시 결론을 내린 상태다. 그리고 앞으로 버번 위스키, 라이 위스키 등등 경험해보지 못한 녀석들을 차례차례 맛보고자 한다. 하지만 앞서 말했듯 위스키란 놈은 왜이리 비싸누? ㅠㅠ. 그래서 나름 위스키를 즐기는 것에 대한 규칙을 세웠다. 

  • 한달에 30,000 이하로 지출하기. (여러 달 누적하여 사용 가능함. 가불 절대 불가! ㅋㅋ)
  • 마실 때 마다 테이스팅 노트 따위 써보기.
    (특히 향이나 맛에 대한 기록도 중요하지만 누구와, 어떤 대화를 나눴는지에 중점을 두고자 한다. 미각세포가 남들보다 훨씬 부족한 나의 테이스팅 노트 따위 뭐가 중요하랴) 

2월과 3월 각각 3만원을 모은 6만원 중에 46,900으로 이마트 트레이더스에서 탐나불린 쉐리캐스크 피니쉬를 사서 어제 와이프와 두 잔 정도 마셔봤는데 상당히 괜찮았다. 테이스팅 노트는 조만간에 정리해서 새로운 포스팅으로 써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