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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uman Life/Poetry

기형도의 '엄마생각' & '질투는 나의 힘'

by 알 수 없는 사용자 2006. 12. 13.
엄마 걱정

열무 삼십 단을 이고
시장에 간 우리 엄마
안 오시네, 해는 시든 지 오래
나는 찬밥처럼 방에 담겨
아무리 천천히 숙제를 해도
엄마 안 오시네, 배추잎 같은 발소리 타박타박
안 들리네, 어둡고 무서워
금간 창 틈으로 고요히 빗소리
빈방에 혼자 엎드려 훌쩍거리던

아주 먼 옛날
지금도 내 눈시울을 뜨겁게 하는
그 시절, 내 유년의 윗목




질투는 나의 힘

사용자 삽입 이미지


아주 오랜 세월이 흐른 뒤에
힘없는 책갈피는 이 종이를 떨어뜨리리
그 때 내 마음은 너무나 많은 공장을 세웠으니
어리석게도 그토록 기록할 것이 많았구나 구름 밑을 천천히
쏘다니는 개처럼
지칠 줄 모르고 공중에서 머뭇거렸구나
나 가진 것 탄식밖에 없어
저녁 거리마다 물끄러미 청춘을 세워두고
살아온 날들을 신기하게 세어보았으니
그 누구도 나를 두려워 하지 않았으니
내 희망의 내용은 질투뿐이었구나
그리하여 나는 우선 여기에 짧은 글을 남겨둔다
나의 생은 미친 듯이 사랑을 찾아 헤매었으나
단 한 번도 스스로를 사랑하지 않았노라
**


기형도 시인의 얼굴을 보면 선하고 맑은 인상을 주는데, 그는 줄창 암울한 내용의 시만 써댔다.  그리고 일찍 타계하였다.  그의 암울함, 어두움, 그리고 단명이 사람들을 그의 시로 빠져들게 하는 매력은 아닐런지.

엄마 걱정에서
'해는 시든지 오래' 라는 구절과 '나는 찬밥처럼 방에 담겨'라는 구절은 항상 나를 섬짓하게 한다.  내가 어릴적에 집에가면 항상 어머니가 계셨지만 말이다.  가끔 집에 왔을 때 어머니 아니 엄마가 집에 안계셨을때의 그 느낌과는 비교도 되지 않겠지만... 어쩌면 저리도 암울한 느낌을 잘 표현해냈단 말인가!

질투는 나의 힘 , 동명의 영화도 있었던가? 배종옥이 주연을 맡은 ...
역시 이 시도 읽으면 읽을수록 내 가슴이 뜨끔하다.  이러지 말아야지 하면서도 항상 볼 때마다 뜨끔하다.

그 누구도 나를 두려워 하지 않았으니 내 희망의 내용은 질투뿐이었구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