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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uman Life/Prejudice

Wonderful Tonight #1- 자작 Fiction

by 알 수 없는 사용자 2006. 4. 9.

** 예전 블로그에서 퍼옴, 절대 Fiction임-_-

황사가 뿌옇게 하늘을 덮은 토요일의 저녁, 전공공부다 숙제다 해서 한 주를 정신없이 보낸 T는 오랜만에 친구들과 술집으로 향했다.  술집으로 가는길에 그는 지독한 황사에 치를 떨며 티셔츠로 코를 막는다.  그러나 이런 빌어먹을 황사도 커플들에게는 그들의 닭살 행각을 저지하기는 커녕 촉매재 역할을 할 뿐이다.  정말 빌어먹을 황사였다.  T는 서로의 손수건으로 연인의 코를 막아주며 지나가는 커플들을 보며 그저 한 숨만 내쉴 뿐이다.

10분을 걸어 술집에 도착했다.  술집 문을 열지 않았는데도 씨끌벅적함이 귀를 두들긴다.  문을 열자 지독한 담배연기가 먼저 그의 코를 자극하고, 이어서 갖가지의 술, 안주의 매케한 냄새가 그의 코 깊숙히 비강을 괴롭힌다.  그는 더이상 참지못하고 연이어 재채기를 해댄다. 

그럭저럭 귀퉁이의 전망이에 자리를 잡았다.  맥주와 안주 두 개를 주문하였다.  T는 자리에 앉자마자 건너편의 테이블에서 조그만 입술을 재잘대며 상대방과 얘기하고 있는 한 여인을 발견한다.  조그만 체구, 흰 피부에 똘똘하고 야무진듯한 인상이 T의 마음에 꼭 드는 첫인상이다. 

T가 친구들에게 말을 건넨다.
"야 건너편에 저런 여자가 딱 내 이상형이야. "
그러면서 기본안주인 뻥튀기를 연신 입에 집어넣는다.

T는 그 여인에게서 좀처럼 눈을 떼지 못한다.  그녀의 맞은 편에 덩치가 좋은 한 남자가 앉아있다는 사실은 애써 신경을 끈채로.  그런 T를 보며 친구들이
"야 임마, 뭘 뚫어져라 쳐다보냐~ 그만해라 새끼야~"

"하하 내가 그랬나? 그런데 정말 괜찮은데? 그나저나 맞은편에 남자는 누구지?"

"글쎄, 나이가 꽤나 있어 보이는데, 아버지 혹은 삼촌일려나?"

T는 나이가 들어보인다는 친구의 말에 속으로 내심 안도하면서도
"그런가? 쟤네들 원조교제 아닌가? 낄낄~~"

그리고는 창밖을 가리키곤 다시 말한다.
"저거봐 저기 성인용품점 보이지? 저기 들렀다가 요 근처 모텔에 바로 직행하면 딱인데 뭐~"

그의 친구들은 웃고, T는 자연스레 이야기의 화제를 돌린다.  그것은 바로 공대생들의 비애에 관한 유머였다. 
"야, 내가 간미연 3행시 알려주리?"
"그게 뭔데? 해 봐~  간!"
"간단히 말해서"
"미"
"미분 가능하면"
"연"
"연속이다"
"낄낄~ 친구들이 연신 웃어댄다."

이에 T는 다시 연타를 날린다.
"OOP적으로 돈버는 방법은 '상속'이란다.. 크하하하'
T와 마찬가지로 공대생인 두 명의 친구들은 T의 농담에 공대생이 어쩌고 저쩌고 힘들다는 X발 스러운 얘기에 목에 힘이 들어가기 시작한다.  새로운 화제에 다른 친구들이 다시 지껄이는 동안, 그는 무의식적으로 그의 머리카락을 다듬으며 이런 저런 생각을 한다.  물론 그의 시선은 그녀를 향한채로.

'지금 일어나서 당당히 테이블에 가는거야, 그리고는 단정하고 맵시있는 말투로 그녀의 아버지 혹은 삼촌에게 따님(혹은 조카분)과 정답게 한 잔 하시는 모습이 너무 보기 좋다며 그들에게 접근하는거지.  후후 그리고는 그녀와 대화를 주고받기 시작하고 akdjfa;ldfkalkdfalkdjfkj~~~ .... '

"야이 자식아 그러다가 눈마주치면 민망하지도 않냐? 고만좀 쳐다봐라 좀"

"하하, 그게 아니라 난 저 두 명이 무슨 관계일까 이런저런 상상을 하고 있었다구, 이런 상상을 하면 얼마나 재밌는데 흐흐~"

T는 애써 태연한척 맥주를 쭈욱 들이킨다.  친구들과 잠깐 얘기를 주고 받지만 그의 고개는 조금씩 조금씩 돌아간다.  그런 그의 눈에 믿을 수 없는 광경이 벌어진다.  조그맣고 하얀 그녀의 손에서 무언가를 발견한 것이다. 

--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