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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uman Life/Prejudice

검은색에 대한 짧은 생각

by 알 수 없는 사용자 2007. 9. 14.

아침부터 비가 조금씩 조금씩 내린다.  그닥 유쾌하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나쁘지도 않은 그런 날이다.  왠지 오늘은 굉장히 차분하고 정적인 날이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홍과 함께 학교로 오는 도중, 홍이 사람들 우산들중 태반이 검은색이라길래 주위를 둘러보니 정말 그랬다.  나와 홍을 포함한 많은 사람들이 검은색 우산을 쓰고 있었다.  그러면서 홍이 중얼거리기를 '요즘 시대 상황을 반영하는 건가?'라고 하였는데, 터무니 없이 들리면서도 한편으론 일리가 있는 말인 것 같다.  워낙 시대가 시대이니 만큼 ...


그런데 문득 검은색이 불쌍해진다.  공포, 악마, 어두움, 암울함, 절망 등.  검은색이 가진 이미지 중에 그나마 나은 것이라고는 단정함, 엄숙함 정도?  반대로 흰색은 순수, 순결, 희망, 빛, 천사 등을 상징한다.  왜 사람들은 검은색 혹은 어둠을 싫어하고 빛을 선호하는가?  언제부터 사람들은 검은색을 부정적인 이미지로 흰색을 긍정적인 이미지로 생각하였을까?

사람은 본능적으로 보이지 않는 것, 혹은 미지(未知)의 세계를 두려워하고 꾸준히 밝은 곳을 향해 나아간다.  검은색은 보이지 않으며 또한 알려져있지 않지만(未知), 흰색은 모든 것을 다 보여준다.  어떻게 보면 인간의 역사는 검은색을 배척함으로써, 검은색을 흰색으로 대체하면서 시작되었고, 지금도 그러하다고 볼 수도 있다.  우리는 불(火)을 알게되면서부터 어둠이라는 것을 몰아내기 시작했고, 토머스 에디슨의 백열전구는 어둠을 한층 더 몰아부쳤다.  요즘엔 대도시의 번화가를 가보면 밤이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다.


하지만 검은색은 가장 원초적 색깔이다.  모든 빛(색)을 포용하는 색깔이며, 이는 곧 모든 색의 근원이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  흰색은 모든 빛(가시광선)을 튕겨내는 색깔이다.  흰색이 튕겨내는 모든 것을 검은색이 다 받아들이는 것은 아닐까?  우리가 사물의 밝은 면을 볼 때도, 항상 어두운 면은 존재한다.  우리는 태어나지만 죽는다.  우리는 이것을 받아들이고 인지하여야만 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