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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uman Life/Poetry

홍영철의 '가슴이 뭉클하다'

by Humaneer 2009. 10. 29.


 

가슴이뭉클하다

날은 저물었고
오솔길을 따라 올라간다
나무 하나 지나고
나무 둘 지나고
나무 스물, 서른, 마흔 지나고
풀 하나 지나고
풀 둘 지나고
풀 수도 없이 지나고
숲속 거기, 그 자리에 앉는다
멀리 하늘 위 별빛은 반짝거리는데
문득 가슴이 뭉클하다
언제였던가?
내 가슴이 뭉클했던 때가
너의 그 가슴이 뭉클했던 때가




예전에 어디서인가 잠깐 보았다가, 오늘 잠깐 짬이 날 때 정독을 해 본 시다. 사랑인지 무엇인지는 모르겠으나, 미래도 현재도 아닌 과거의 무언가에 대한 그리움, 혹은 뭉클함을 담은 시다. 살짝 아련하면서도 암울한 그래서 뭉클한 느낌이 든다.

대낮이 아닌 날이 저물어 가는 시간에 오솔길을 따라 어디론가 올라간다. 무언가 과거를 회상하는 분위기에 딱 어울리지 않는가. 새벽이나 아침 혹은 대낮에 올라가는 것과, 해가 저물어가는 산을 그것도 오솔길을 올라가는 것에 대한 느낌은 대번에 차이가 난다.

오솔길을 올라가며 나무를 헤아린다. 꼭 화자가 지난날 살아온 세월의 수를 헤아리는 듯 하다. 그 세월의 수를 거슬러 올라가며 풀도 센다. 풀(추억, 기억)은 수도 없이 많다. 그리고 숲속에 거기(!)에 앉았다. 멀리 하늘 위의 별빛은 반짝거리며 뭉클거리고 있다. 하지만 언제였던가? 너와 나의 그 가슴이 뭉클했던 때가. 이렇게 지난날을 회상한다.

지금이야 대충 시를 읽고 말았지만, 10~20년 후에 내가 다시 이 시를 읽을 때는 또 어떤 느낌일까? 20살에 김광석의 '서른 즈음에'를 들으며 별 느낌이 없었다가 30살이 가까워진 지금에서야 '서른 즈음에'를 들으면서 가슴이 찡~한 느낌을 받는 그런 느낌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