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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uman Life/Movie

즐거운 인생

by 알 수 없는 사용자 2007. 10.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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굉장히 재밌게 잘 봤다. 영화의 역할(?)이라고 해야할까? 관객에게 '대리만족' '카타르시스'를 200% 전달하는 측면에서는 정말 지금 껏 내가 본 영화중 거의 최고였다고 해야할까? 스토리는 대충 누구나 예상가능한 스토리지만, 알고도 감동할 수 밖에 없는 그런 영화랄까?

기영(정진영), 성욱(김윤석), 혁수(김상호)는 죽은 친구 상우를 포함해 활화산 밴드의 멤버였다. 하지만 이들은 대학가요제 예선에서 그것도 지역예선에서 3번이나 떨어지면서, 병역문제 등의 문제로 해체했다. 그리고 각자 그들의 길을 가게 된다. 끝까지 음악의 길을 가다 죽은 상우만 제외하고는... 음악의 길이라 해봤자 속된 말로 동네 나이트에서 딴따라나 하다가 죽었다고 해도 할 말 없는 초라한 죽음이다.

기영은 은행에서 잘려서 아무 것도 하지 않는 백수다. 다행히 와이프는 학교 선생님이다. 성욱 역시 직장에서 잘린 후 낮에는 택배기사, 저녁엔 대리운전을 한다. 대머리 혁수는 아내와 아들과 딸을 캐나다에 보내고 매달마다 생활비를 부쳐주기 위해 힘들게 중고차를 파는 외로운 중년이다.  힘들고 고독하고 처절한 삶을 살고 있는 우리시대 중년 남성을 대변하는 듯 하다. (그나마 기영은 선생님 와이프 덕에 그나마 먹고 살만 하다. 역시 선생님이 짱 -_-b)

이런 중년들이 죽은 친구 때문인지, 아니면 내재되어 있던 음악에 대한 열정때문인지 설득력은 좀 떨어지지만 다시 뭉쳤다. 죽은 친구의 아들인 현준(장근석)을 새로운 멤버로 맞이하여 말이다. 이들의 밴드 활동은 제법 잘 되는 듯 하지만, 기러기 아빠 혁수의 와이프는 캐나다에서 다른 남자와 눈이 맞아 이혼을 요구하며 거액의 위자료까지 요구한다. 그리고 성욱의 와이프는 성욱이 밴드를 한다는 사실에 친정으로 가버린다. 두 아들 학원비도 제대로 못벌어 오면서 자기가 하고픈게 밴드라며 밴드를 하겠다는 남편이 죽도록 미웠을 것이다. 그나마 기영의 사정은 낫다. 무시하긴 하지만 그래도 집을 나가거나 이혼을 하지는 않았으니까... 하지만 이들은 결국 밴드활동을 계속 하게된다. 제일 불쌍한 혁수를 제외하곤 기영과 성욱은 결국엔 가족의 응원을 받으며 말이다. 나름 해피 엔딩이다. 아마 이들이 앞으로 운영할 라이브 조개집에서 이들은 돈도 꽤나 벌 것이며, 하고픈 음악도 마음데로 할 수 있을 것이다.

문득 이 글을 쓰려고 생각을 하다가, 내가 정말 나이가 들고있구나 하는 생각을 했다. 어제야 워낙 영화의 분위기에 심취해서 이런 생각을 못했지만, 과연 음악의 열정만으로 삶을 살아갈 수 있는가? 정말로 ROCK이면 단가? 그렇다면 젊은 시절 음악에 미쳐 살다, 결국 현실에 맞춰서 살아가는 사람들은 뭔가? 이런 냉소적인 생각이 뿜어져 나온다. 그래서 이 영화가 말하고자 하는 것은 무엇인가? 마누라까지 버려가며 음악, 그리고 친구에 미치라는 말인가? 나는 저런 삶을 살 수 있는가? 정말 진심으로 음악에 미치면 집나갔던 마누라가 다시 돌아와 이해를 해줄까? 공연에서 손을 흔들며 열광해줄 수 있을까? 세상에 과연 그런 사랑이 존재하는가? 요즘 같은 세상에 돈 한 푼 못벌어 오는 아저씨 주제에 부끄럽지도 않는가? 정말 영화속 인물들의 인생은 즐거운가? 즐겁다고 하자 저런 즐거운 인생을 사는 사람들이 과연 현실세계에서 몇이나 될 것인가? 나만의 비뚤어진 생각인가? 비약인가? 매우 혼란스럽다.

또한 찢어진 청바지 입고, 문신하고 반항! 자유를 외치는 것이 ROCK의 정신인가? 분명히 ROCK을 하던 혹은 하고있는 사람들이 보면 '웃기시네~' 를 연발할런지도 모르겠다.

그렇다고 이 영화를 폄하하는 것은 절대로 아니다. 세상에서 가장 시니컬한 사람, 특히 예전에 밴드꽤나 했다가 현실에 굴복해서 살 수 밖에 없는 그래서 더 시니컬한 사람이 이 영화를 보더라도 결국 그는 카타르시스를 느끼며 활화산밴드의 음악에 리듬을 맞춰 몸을 흔들고 박수를 칠 수 밖에 없을 것이다. 관객이 영화에 빠지지 않고는 못배기게 할 흡입력, 베테랑들의 노련하면서도 때론 귀여움으로 무장한 연기, 이 시대 최고의 완소남 장근석! 연기도 자연스럽고 정말 남자가 봐도 멋졌다.(다만 노래에 너무 기교를 싫으려고 하는 것이 좀 별로였지만 -_-). 하지만 무엇보다도 활화산 밴드의 음악! 적당히 촌스러운 멜로디, 어깨와 발을 적당히 들썩이게 하는 베이스와 드럼, 심금을 울리는 가사로 무장한 음악을 듣노라면 정말 머릿속에 영화의 장면이 저절로 떠올려진다.

어린 녀석들이야 그냥 아! 재밌다 하고 보겠지만, 슬슬 나이가 들어가는 사람들은 '쳇~!' 이러면서도 감동할 수 밖에 없는 영화를, 엔딩이 뻔한 그닥 참신하지만은 않은 시나리오로 이런 영화를 만든 이준익 감독에게 찬사를 보낸다. 꼭 보세요. 즐거운 인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