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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uman Life/Daily Note

[펌] 스크의 김성근 감독. 야신님의 야구 철학.

by 알 수 없는 사용자 2008. 4. 18.
스크는 싫어하지만, 삼성도 배울건 배워야지... 나도 배워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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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동아]

전 국시대 일본의 다도 명인 센노 리큐는 ‘이치고 이치에’(いちご いちえ)란 유명한 말을 남겼다. ‘사람을 만나면 단 한번의 인연이라 여기고 정성을 다하라’는 의미다. 다도의 예를 넘어서 일본인의 마음속 깊이 자리 잡은 생활철학으로 통한다.

김성근 SK 와이번스 감독의 좌우명은 ‘일구이무’(一球二無), 곧 ‘공 하나에 다른 마음이 있을 수 없다’란 의미다. 중국고사 일시이무(一矢二無)에서 힌트를 딴 경구로 ‘이 화살이 마지막이라 여기고 목숨을 걸고 집중해 쏘면 바위도 쪼갤 수 있다’란 뜻으로 김 감독은 해석했다. 김 감독이 20대 시절 직접 지은 말이다.

16∼17일 문학 삼성전을 앞두고도 김 감독은 기자들 앞에서 ‘바로 지금 이 순간에서 모든 것을 거는’ 일구이무 강의를 들려줬다. 김 감독은 얘기중 이승엽(요미우리), 이병규(주니치), 임창용(야쿠르트)을 사례로 꼽아 설명했는데 듣기 따라선 이들에게 들려주는 격려사로도 비쳤다. 대화체로 김 감독이 일생에 걸쳐 관철해온 ‘일구이무’론(論)을 정리해 본다.

오늘 김기태 요미우리 2군코치에게 전화를 받았다. “(이)승엽이가 많이 좋아졌다”고 하더라. 김 코치가 곁에 있으니 잘될 거다. 승엽이에게 “너는 너만의 프로세스가 없다”고 얘기한 적이 있다. “한국에 있었을 땐, 박흥식이란 좋은 코치가 해줬다. 역경이 닥쳤을 때 너 스스로 헤쳐나갈 프로세스가 있느냐”고 했다.

얼마 전에 (임)창용이에게도 전화가 왔다. “너 지금도 술 마시냐?”고 물었더니 아니라고 하더라. 한국에 있었을 땐 대충해도 됐다. 그러나 일본은 아니다. 자기보다 더 위가 수두룩하니까 정신 바짝 차리는 거다. (이)병규도 마찬가지다. 한국에서 4할을 칠 놈인데 설렁설렁했다. 그러나 일본에선 목표가 있으니까 그렇게 못한다.

자기가 얼마나 절박한 처지에 놓여 있는지 위기의식을 자각해야 한다. 그러면 인간은 자신도 알지 못한 잠재의식을 발휘한다. 남들이 뭐라 하든 한계를 돌파하려는 의지와 행동이 뒤따를 때 인간은 발전하는 것이다. 그 한계에서 주저앉으면 거기서 끝이다.

우리 SK 선수들을 봐라. 지금 이 멤버가 강해서 이기는가. 아니다. 아이들이 어떻게든 만들어내는 능력을 터득한 덕분이다. 이 세상에서 ‘next’(다음)란 말이 가장 나쁘다. 바로 지금 이 순간이 지나면 다시는 없다는 절박함으로 공 하나에 집중해야 한다.

감독은 과정이 아니라 결과로 말하는 자리다. 개막 후 1승3패로 출발했을 때 속이 속이었는지 아는가. 그러나 말 안했다. 코치들과 술 한잔 안마셨다. 리더가 거기서 흔들리면 팀이 무너지는 것이다.

감독의 철두철미한 인생철학이 선수단에도 녹아든 것일까. SK는 17일 경기에서도 피 말리는 접전 끝에 삼성을 2-1, 한점차로 누르고 4연승으로 단독선두를 고수했다. SK는 5안타 2사사구로 삼성의 7안타 5사사구에 비해 누상에 적은 주자를 내고도 악착같은 승부근성으로 승리를 거머쥐었다.